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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어르신과 함께 키우는 쌈채소로 이뤄낸 상생

충남 공주시 ‘믿음의집’

충남 공주시 ‘믿음의집’은 정덕진(51) 대표가 화학농약 없이 분무경 수경재배 방식으로 GAP 인증받은 쌈채소를 키우는 곳이다. 교회 목사인 그는 3년 전 이곳에 터를 잡고 농사를 짓고 있다. 상추부터 치커리까지 다양한 품목을 재배하는데, 수확과 포장작업에서 인근 어르신들과 함께하면서 지역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분무경 수경재배로 부드러운 식감의 쌈채소는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수제 쌈장도 함께 포장해 판매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손주들에게 건네는 건강한 먹을거리’ 생산하는 어르신들

‘믿음의집’에 들어서자 70대 어르신 4명이 포장작업에 한창이다. 농한기인 2월에도 아르바이트에 나선 이유는 정덕진 대표가 연중 생산하는 쌈채소 때문이다. 다들 인근에 살기에 이곳으로 나와 작업하곤 한다. 정 대표가 상생의 농업을 실천하면서 조력자로 삼은 어르신은 총 6명이다. 평균 주 3회 정도씩 수확, 정선, 포장작업을 돕고 있다.

 

“저는 귀농 3년 차를 맞이한 초보 농부에요. 천안에서 목사로 활동하다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어려워졌고, 건강상의 문제도 생겨 은퇴 후에 꿈꿨던 귀농을 서둘렀죠. 평소에 농업대학과 농업기술센터 교육 등을 받으면서 교육 이수시간만 260시간 정도가 됐던 것도 귀농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현재는 비닐하우스 300평에서 쌈채소를 키우고 있어요. 아산 쪽에도 땅이 1,000평 정도 있어서 봄·가을에 배추도 키우죠.”

 

쌈채소를 키우게 된 데는 공주시농업기술센터 영향이 컸다. 우수농가 사례 중 쌈채소로 성공한 계룡면 ‘쌈박스’ 농장을 소개받아 기술과 경험을 배웠고, 센터에서도 귀농을 물심양면 도왔다. 이제 정 대표는 귀농 시 받았던 도움을 지역과 상생하면서 차곡차곡 갚고 있다.

 

인근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점도 그 때문이다. 쌈채소는 연중 생산하므로 일손이 계속해 필요한데, 농장과 가까운 데에 살면서 평생 농업에 몸담은 어르신들은 상생할 수 있는 좋은 조력자가 되었다. 귀농 후 건강을 회복한 정 대표가 평일이면 농장 일을, 주말이면 목사로서 목회 일에 나서는 것도 믿고 농장을 맡길 수 있는 어르신들 덕분이다.

 

“당시 ‘코로나19’가 심했던 터라 마을 어르신들이 집에만 계시면서 건강이 안 좋아지고, 우울해하는 분들도 계셨어요. 한 분씩 모셔서 작업하다 보니 어느덧 어르신 6분이 한 팀이 되어서 같이 일하게 됐네요. 기계와 설비, 섬세한 재배관리와 인터넷 주문 등은 제가 맡고, 어르신들은 수확과 포장 등을 맡고 계시죠. 저희 농장 선전 문구가 ‘손주들에게 건네는 건강한 먹을거리’에요(웃음).”

 

분무경 수경재배로 부드러운 식감에 수제 쌈장 제공해 단골 확보

쌈채소를 키우는 시설하우스엔 분무경 방식을 도입했다. 자가제조한 영양액을 쌈채소 뿌리에 직접 뿌려서 재배하는 방식이다. 이땐 근권에서 산소 부족이 발생하지 않고, 쌈채소가 연해지는 장점이 있다. 분무경의 기본 구조는 베드, 양액탱크, 분무노즐을 포함한 급액 장치 및 자동제어 장치이다. 이곳에선 무농약 인증을 위해 육묘도 직접 하는데, 어르신들이 집에서 씨앗을 발아해 가져오면 정 대표가 모종을 키워내는 방식이다.

 

“화학농약은 전혀 쓰질 않으면서 분무경 수경재배로 키워서 청결한 쌈채소를 생산하고 있어요. 클로렐라를 자가배양해 공급하면서 광합성 능력을 높이고, 병충해도 예방하면서 쌈채소 식감도 좋게 만들죠. 특히 저희 케일은 부드러운 특성 덕분에 찾는 분들이 많아요. 앞으로 케일 장아찌를 만드는 것도 고려하고 있죠.”

 

이곳에선 다양한 쌈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청상추, 적상추, 쌈그루모, 적다채, 적치커리, 적겨자, 쌈케일, 잎브로콜리, 치콘, 레드케피탈 등 10종이다. 수확 후엔 출하 전 신선도 유지를 위해 적정온도로 저온저장을 했다가 어르신들이 꼼꼼하게 선별작업을 해서 판매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포장 시엔 쌈채소와 더불어 어르신들이 직접 제조한 수제 쌈장을 넣어 단골을 만든다. 쌈장이 맛있어서 여기에서만 사 먹는다는 고객도 있을 정도다. 연간 쌈채소 생산량은 7t 규모로 500g 소포장부터 700g, 1kg 단위까지 포장량을 나눠 온라인 쇼핑몰과 직거래를 통해 전량을 판매하는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는 쿠팡 등 대형 플랫폼이 30%를, 최근 떠오르는 신생 플랫폼 올웨이즈가 70%를 차지해요. 봄이나 가을처럼 생산량이 많을 땐 가격이 낮아지니까 주로 직거래하고요. 목사다 보니 다른 목사님들이나 교인분들을 고객으로 소개받을 수 있어서 감사하죠(웃음).”

 

강소농 유망주로 정 대표에 기대가 크다는 충남농업기술원 강소농지원단 방상만 단장은 “앞으로 무농약 인증을 받아 소비자에게 인정받고, 자동제어장치 도입 등 스마트 농업환경을 조성하여 데이터 수집과 분석 등을 통해 재배품질 향상과 수량증대에 노력한다면 성공에 더 가까워지리라 기대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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