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고 달콤한 맛의 자연이 빚어낸 건강 식재료 ‘호박’이 재조명되고 있다. 약 9,000년 전부터 인류가 재배했다는 호박은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북부가 고향으로 알려졌다. 이후 유럽과 아시아로 전파되었고, 우리나라엔 임진왜란 후 중국을 통해 전래했다.
호박은 식물학상 크게 동양계, 서양계, 페포계 호박 등으로 나뉜다. 동양계 호박은 된장찌개에 넣는 애호박과 호박죽을 만드는 늙은호박이 속한다. 서양계 호박은 단호박처럼 크기가 크고 단맛이 강한 품종이 많은데 주로 쪄서 먹는다. 페포계 호박은 푸른빛에 털이 없는 주키니호박 등 덩굴이 짧거나 뻗지 않는 품종으로, 애호박과 용도가 비슷하다.
우리나라에선 애호박, 늙은호박, 단호박, 땅콩호박 등을 재배한다. 여름철에는 애호박, 가을에는 늙은호박과 단호박 중심으로 출하하고 있다. 애호박은 연한 식감으로 찌개와 볶음에 적합하며, 주로 경북 성주와 전남 나주 등의 시설하우스에서 재배한다. 늙은호박은 저장성과 영양가가 높아 죽이나 찜 요리에 활용되며, 충북 보은과 강원도 평창 등이 주요 산지다. 단호박과 땅콩호박은 달고 부드러운 맛으로 찜, 구이, 수프 등에 이용되며, 제주와 해남, 논산 등에서 활발히 재배한다.
자연이 준 보약인 호박은 다양한 영양 성분을 함유하여 항산화 작용, 면역력 강화, 부기 제거, 혈당 조절, 소화 기능 개선 등 건강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단호박과 늙은호박에 풍부하면서 진한 노란색을 내는 베타카로틴은 강력한 항산화 성분으로, 호박엔 루테인, 플라보노이드 등의 또다른 항산화 물질도 들어있어 감기 예방뿐만 아니라 노화 방지에 효과적이다. 농촌진흥청의 2023년 연구에선 국내 재배 늙은호박과 단호박 추출물 대상으로 항산화 분석 결과, 플라보노이드와 폴리페놀 함량이 높아 세포 손상을 줄이는 효과를 입증했다.
호박에는 눈 건강에 좋은 루테인과 제아잔틴 성분도 풍부하여 야맹증, 백내장, 황반변성과 같은 안질환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주성분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어 시력을 보호한다.
호박에 풍부하게 함유된 칼륨 성분은 나트륨과 노폐물 배출을 도와 산후 부기나 고혈압 예방에 도움을 주며, 특히 늙은호박은 산후 부종을 개선하는 데 탁월하다고 알려졌다.
호박씨에 풍부한 오메가-3 지방산을 비롯해 호박의 여러 비타민과 무기질 성분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 이땐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고혈압, 동맥경화 등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적인데, 특히 단호박과 땅콩호박은 당뇨 예방 식단에도 자주 포함된다.
호박의 베타카로틴은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비타민 C, E 등 다양한 항산화 성분도 풍부하여 활성산소로부터 피부 세포를 보호하여 피부 노화를 늦추고 생기 있는 피부를 가꿀 수 있다.
호박은 소화가 잘되고 열량 역시 낮아 환자 회복식이나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좋다. 풍부한 섬유질은 장 건강을 개선하고 변비 예방에 도움을 준다.
호박은 건강기능식품과 천연 의약품 원료로서의 가치까지 품고 있다. 올가을엔 호박을 찌고, 굽고, 삶거나 죽, 전, 찜 등 여러 요리에도 활용하면서 다양한 효능을 맛있게 채워보길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