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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특산품 발굴과 후계농 육성으로 가평 농업의 새 지평을 열다!

김용철 한농연 가평군연합회장

  가평군 농업의 한 축을 지켜온 김용철(61) 한국후계농업경영인 가평군연합회장 회장은 올해로 3년째 회장직을 맡고 있다. 10여 년 전 잣 농사를 접은 뒤 양봉업을 시작했고, 4,000평 규모의 밭에서 옥수수와 들깨도 재배하는 등 농업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변화하는 농업환경 속에서 지역농업이 나아갈 방향을 누구보다 피부로 체감하는 셈이다. 가평 농업의 현안과 미래를 김 회장과 대화를 통해 조명했다.

 

  기후변화와 인력난에 잣 대신 양봉, 옥수수, 들깨로 전환

  김용철 회장은 한때 가평의 대표 특산물인 잣 생산 농가였다. 그러나 10년 전부터 이어진 환경 변화와 품질 저하로 수확량이 줄어 적자가 발생했다. 펜션업이 활성화된 가평에서는 청·장년층 노동력 대부분이 펜션으로 빠져나가며 농업 현장의 인력난도 극심했다.

  “속이 빈 잣이 너무 많아지고, 잣 품질도 너무 나빠지면서 예전에는 한 가마니를 고르면 두 명이 작업했지만, 나중엔 여덟 명이 붙어야 할 만큼 힘들어졌어요. 일할 사람을 구하기도 힘들어 잣농사를 접었죠.”

  김 회장의 최근 고민은 가평을 대표할 새로운 특산품이다. 과거엔 가평 하면 잣이 떠올랐으나, 이제는 잣 농사가 어려워지면서 가평을 알릴 새로운 농산물 개발이 절실해졌다.

  “새로운 소득작물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뚜렷한 후보가 없다는 점이 가평군 차원에서 큰 문제로 떠올랐어요.”

  김 회장은 잣농사를 접고, 현재 약 4,000평 규모의 밭에서 옥수수와 들깨를 주 품목으로 농사짓는다. 옥수수를 재배한 후 들깨를 심는 이모작을 하며, 특히 찰옥수수를 진공팩으로 만들어 판매했는데 찾는 사람이 많아 내년에는 옥수수 재배면적을 1,000평 정도 더 늘릴 계획이다. 들깨 농사 역시 기름을 짜서 매장에서 판매하는 등 가공 및 직판을 병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약 10년간 해온 양봉도 병행하면서 복합영농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과 후계농 육성으로 가평 농업 부흥 꿈꿔

  김 회장은 농업 전반과 지역농업 부흥을 위한 첫 과제로 유통 구조 개혁을 꼽았다. 농산물 가격을 생산자와 소비자보단 유통업자가 매기는 구조로는 더 이상 농업에 미래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공판장 가격 안정 시스템, 품목별 최소가 보장, 지역별 적합 품목 권장 등 정책적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현재의 유통구조에서는 유통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의 이윤을 가져가니까 농민은 정당한 대가를 받기 어려워요. 유통 과정을 줄여 생산자가 직거래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쌀처럼 농산물에 일정 부분 최저가격을 정해놓고 그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도록 보장해야 농민의 생계가 유지될 수 있죠. 더불어 고랭지 배추처럼 지역별로 잘 되는 작물을 정부가 지정하여 농사를 짓도록 권장하고, 이에 대한 적정 금액을 보장하는 방식도 도입을 고려해야 해요.”

  김 회장은 농민을 위한 정부 차원의 농업정책 수립에 꾸준히 의견을 내는 동시에 가평군 농업 발전을 위해서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과 청년농업인 육성 등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은 현재 김 회장 내외가 운영하는 마을 매장의 후면 창고(70~80평 규모)를 활용할 계획이다. 이곳에 주변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진열해 놓고 판매를 대행하는 판매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현재 매장 앞이 면과 군을 연결하는 길이 뚫릴 예정이므로 그땐 차량 통행량이 많아져 로컬푸드 직매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청년농업인의 후계농 육성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다. 현재 가평에는 젊은 청년농들이 조직 활동을 꺼려서 모임에 잘 나오지 않는 문제가 있다. 김 회장은 비교적 조직 활동에 적극적인 4-H 출신 청년농들을 섭외하여 후계농 모임으로 유입시키고, 면 단위에서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1박 2일 워크숍 등을 진행하며 청년농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농사는 힘들지만, 그래도 가평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다면 후대들도 자연히 늘어나리라 생각해요. 저는 그 기반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요.”

  김 회장은 가평의 새로운 특산품 개발, 면과 군을 연결하는 도로 개설로 로컬푸드 직매장 활성화 등이 이루어진다면 가평 농업이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새로운 길을 열고자 노력하는 그의 행보는 지역농업의 경쟁력을 다지는 데 한몫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