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이 높아지고 바람이 서늘해지면 우리는 조상의 묘를 찾아 벌초를 한다. 벌초는 단순한 풀베기가 아니라 조상에 대한 예와 가족의 정성이 담긴 소중한 전통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아름다운 풍습 속에 매년 사고 소식이 들려온다. 제주에서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벌초 시기에만 예초기 사고로 다친 분들이 51명에 달했다. 정성을 다하려던 자리가 순식간에 아픔의 기억으로 바뀌는 현실은 매우 안타깝다.
예초기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작은 습관이 필요하다. 예초기를 사용하기 전 연료 상태, 각 볼트와 너트의 체결상태, 예초날의 금이나 파손 여부, 보호커버 부착 상태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작업할 때는 보안경, 장갑, 안전화 같은 보호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돌이나 나뭇조각이 튀어 눈을 다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안경은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예초 작업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행해야 안전하다. 무엇보다 작업 중 주변에 가족이나 어린이가 가까이 오지 않도록 살피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위험 요인은 진드기다. 특히 가을철 풀숲에서는 털진드기 유충 등과 접촉할 가능성이 높아 각종 진드기 매개 감염병의 위험이 커진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우선 긴팔과 긴바지를 착용하여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또한 풀밭에 직접 눕거나 앉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작업 후에는 샤워와 옷 세탁을 통해 몸에 붙어 있을 수 있는 진드기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고열이나 구토, 근육통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난다면 지체 없이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벌초는 조상에게 마음을 전하는 귀한 자리다. 우리가 안전수칙을 지켜야만 그 정성이 온전히 이어지고, 가족 모두가 건강히 웃으며 돌아올 수 있다. 올해는 안전한 벌초 문화가 제주 곳곳에 뿌리내리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