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경기도 최고의 사과에 포천시 ‘행복한 사과 농원’(대표 김광섭, 54)에서 생산한 ‘후지’ 품종이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뛰어난 재배 기술과 품질 관리 덕분에 당도와 과중뿐만 아니라 착색과 맛에서도 최고 평점을 얻었다. 김 대표는 ‘홍로’, ‘루비에스’, ‘시나노골드’도 재배하면서 크고 보기 좋은 사과보단 맛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재배에 임하고 있다. 덕분에 별다른 홍보 없이도 초창기부터 사과 직거래를 계속해 오던 단골이 많아 거의 전량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
다품종 재배하면서 시비 줄이고 간벌 실행해 고품질 확보
경기 포천시 ‘행복한 사과 농원’ 김광섭 대표는 요식업을 하다 13년 전 귀농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원래 아버지께서 농사짓던 논을 토목 공사해 밭으로 만들어야 했고, 사과나무가 성목이 되기까지 소득이 없어 인근 골프장에서 일했다. 과원을 열고 나무를 심고 재배 기술을 배우는 데는 포천시 농업 기술 센터 등에서 지원받았다.
“해마다 센터와 연계한 사과 전문 교육 과정을 밟았고, 품종 선택에서도 많은 정보를 얻었죠. 이외에도 사과 마이스터 대학을 2년간 수료했고, 해마다 5~6회 이상 선진지 견학 등도 다니면서 배움에 충실하고 있죠(웃음).”
현재는 약 5,500평 면적에 ‘후지’, ‘홍로’, ‘루비에스’, ‘시나노골드’ 등 사과 품종을 심었다. 신품종도 적은 면적에서 시험적으로 재배하고 있다. 품종을 다양하게 한 이유는 소비자 취향 변화에 대응하고, 흉작 시 위험을 분산하며, 학교 급식용 출하 등 다양한 소비처 확보라는 이유도 있다.

“사과 품종별로 특징이 달라요. ‘홍로’는 저장성이 좋은 대신에 탄저병 등에 약하고 일이 상대적으로 많아요. 황금색 사과인 ‘시나노골드’는 고온에 강하면서 잎 솎기 등이 편하고 착색에도 노동력이 덜 들어요. 미니 사과인 ‘루비에스’는 열과 발생이 비교적 많고, 저장성이 안 좋은 대신에 80~110g 정도로 생산하면 체험과 급식용으로 알맞고요.”
김 대표는 맛이 최우선인 사과 생산에 힘쓴다. 토양에 과도한 시비는 사과는 크고 예쁠지라도 맛은 없어진다고 믿어 시비는 거의 안 한다. 나무는 거리 8x8을 목표로 간벌하고 있다. 사과 수확량은 줄었지만, 최상품 비중은 늘고 팔지 못하는 것은 줄어 소득 면에선 간벌 전과 거의 같다. 간벌을 통해 전정 작업의 절반 정도도 이루어져 솎음 전정 위주로 하고 있다.

“간벌을 통해 충분한 일조량과 통풍을 확보하고 있어요. 전정은 다른 이에 안 맡기고 홀로 작업하는데, 힘이 든 대신에 제가 의도한 대로 나무를 잡을 수 있죠.”
경기 최고의 사과로 인정… 농장을 상품화할 계획 추진
‘행복한 사과 농원’ 한 해 수확량은 30여 톤 정도다. 경기 북부인 포천의 기후 특성상 일교차가 커 사과는 그 식감이 아삭하고 새콤달콤한 맛으로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거의 전량 직거래하는데, 특이하게도 홍보가 없다. 손님들은 맛과 품질 덕분에 단골이 되었고, 이젠 손님들이 알아서 찾는 감사한 상황이 되었다.
“저는 손님들께 전화나 문자를 드린 적이 없고, 현수막도 안 걸 정도로 광고조차 안 했죠. 일종의 신비주의인 셈인데 결국은 맛이 경쟁력이 되었죠. 실제로 축제 등을 통해서 사과를 선보여 현장에서 반응이 좋으면 따로 홍보가 없어도 많이 찾아주시더라고요.”

뛰어난 맛과 품질은 수상 내역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김 대표가 생산한 ‘루비에스’는 ‘2023 대한민국 과일 산업 대전 대표 과일 선발 대회’ 사과 신품종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2024 경기도 사과 품평회’에선 ‘후지’ 품종으로 대상을 거머쥐었다. 13년 전 새내기 농부가 성장해 지역 농가의 모범 사례로 꼽히게 된 셈이다.
“경기도와 포천시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사과 농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정과 인공 수분 등 재배 기술 지도와 더불어 제가 속한 포천시 사과 연구회가 지속해 발전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죠.”
포천에선 최근 김 대표 농원 등 관내 우수 농장을 새로운 관광 자원으로 육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엔 반려동물과 함께 ‘댕댕이 사과 따기 체험’을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농원 내 반려견 전용 체험 공간을 마련해 애견인은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며 포천의 맛있는 사과를 수확했고, 사과 가판대 형식의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추억도 남겼다.

“다녀간 분들이 관련 사진들을 SNS 등에 올리면서 구매나 체험 문의가 엄청나게 늘었어요. 앞으로는 이런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농장을 체험 상품화할 계획이죠. 이젠 사과를 많이 생산해서 소득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농장 전체를 상품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봐요. 시대 흐름에 맞는 변화로 농업 경쟁력을 키울 테니 지켜봐 주세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