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군 ‘팜니데이’ 농장의 한대희 대표는 6년 전 고향으로 돌아와 부모님의 가업을 도와 3만 평에서 배추, 옥수수, 고추 등 복합영농에 뛰어들었다. 기존 방식을 고수하기보단 ▲농기구 현대화 ▲출하방식 다변화 ▲노지에서 하우스 재배로 전환 ▲고추냉이 토경 재배 도전 ▲가공장 신축 등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부턴 괴산군 4-H연합회장도 맡아서 변화로써 괴산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3만 평에서 부모님과 함께 배추, 옥수수, 고추 등 복합영농
충북 괴산군 ‘팜니데이’ 농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한 변화와 성장을 이뤘다. 그 중심에는 청년농업인 한대희(31) 대표가 있다. 항공정비 전공으로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농업의 잠재적 발전성에 이끌려 부모님이 운영하던 농장으로 6년 전에 귀농했다.
“처음엔 제 월급보다 높은 매출에 혹했죠. 그런데 막상 해보니 다르더라고요. 수익은 생각보다 적고 노동 강도는 훨씬 높았어요. 실제로 농사를 지어보니 매출의 상당 부분이 농약, 비료 등 농자재 비용으로 지출되어 순이익이 생각보다 적다는 걸 깨달았죠. 그래도 좋은 공부가 됐어요.”
3만 평의 밭에선 김장용 배추, 옥수수, 고추 등을 키운다. 가장 면적이 넓은 배추밭엔 더위와 추위에 강하면서 수확량이 안정적인 ‘추광’을 주로 재배 중이다. 8월 말에서 9월 초에 심어 11월 초에 수확하여 절임 배추로 판매하고 있다. 옥수수는 주로 ‘대학찰’을 심는다. ‘대학찰’은 곁순 제거, 방제, 추비 등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맛은 일품이라서 재배를 고집하고 있다. 옥수수는 4월께에 심어 7월 말부터 수확한다. 고추는 홍고추와 ‘청양’ 품종을 재배하는데, 옥수수와 비슷한 시기인 4월께 심어 9월쯤부터 수확한다.
“옥수수가 클 땐 추비를 통해 굵어지도록 관리하고, 고추는 칼슘 등을 섞어 단단하게 키워 병에 강하게 만들어요. 옥수수는 진딧물과 나방 피해에 취약하며, 고추는 병해에 민감하여 방제에 특히 신경을 쓰죠.”
한 대표는 올해부턴 괴산군 4-H연합회장을 맡았다. 2020년 연합회에 가입해 지역농업 발전에 이바지해오면서 지난해엔 ‘45회 충청북도 4-H대상’에서 영농기술개발 분야 지혜상을 받으면서 농업·농촌에 대한 애정과 성과를 인정받았다. 청년창업농이자 후계농업경영인으로서 ‘괴산고추축제’, ‘김장축제’, ‘빨간맛축제’ 등 지역 축제에 연중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고추냉이 토경 재배, 가공장 신축 등으로 새로운 도전
한 대표는 농장을 단순히 물려받기보단 기존 방식을 개선하고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며 변화를 이끌고 있다. 농업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다양한 도전을 시도하는 셈이다.
농기구 현대화는 첫 단계였다. 기존에 부모님이 하던 방식은 대부분 전통 농법에 장비도 오래되어 있었다. 배추는 모종을 심는 흔한 도구조차 없이 허리를 굽혀 수작업으로 했는데, 한 대표는 서서 작업할 수 있는 장비로 바꿨다. 트랙터와 망도 알맞게 교체해 노동력을 크게 줄였다. 고추 방제도 줄을 끌면서 다니던 기존 방식에서 살포기로 바꾸면서 효율을 높였다.
출하 방식 다변화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과거엔 주로 공판장으로 출하했으나, 현재는 서울 아파트 단지 부녀회와의 고정 계약을 통해 전체 생산량의 약 70%를 정기 납품한다. 나머지 20%는 인터넷 판매로 직거래하며, 10%는 농협에 출하하고 있다.
“물량을 꾸준히 처리할 수 있어 경영이 안정되고 노동력 관리도 수월해졌죠. 특히 옥수수는 공판장 출하 시 낮은 단가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전량 인터넷 판매로 고정 단가를 받으면서 매출을 늘릴 수 있었어요.”
기후 변화에 따른 병충해를 줄이고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 노지 재배를 줄이고 하우스 재배로의 전환도 시도하고 있다. 현재 900평 규모의 하우스에서 각종 작물을 시범 재배하는데, 특히 고추냉이(‘와사비’) 토경 재배 도전은 핵심이다. 현재 소면적에서 시범 재배 중인데, 내년부턴 재배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고추냉이는 일본 북부 등지의 서늘하면서 햇빛이 적게 들고, 1급수 수준의 깨끗한 물이 지속해 흐르는 습한 산골짜기에서 자생해요. 그만큼 재배가 까다로워서 국내 내륙에서 재배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죠. 그래서 기술센터, 도청 등과 함께 충북 최초로 성공하고 싶어요.”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가공장 신축에도 나서 내년부터는 고춧가루, 냉동 옥수수 등 가공식품을 본격적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깐 마늘 등 김치 양념 속 재료를 확보하고 최종적으로는 김치 완제품까지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그동안 고추 빻는 데만도 큰 비용이 들었는데, 가공장을 지으니 이제는 500g, 1kg 소포장도 직접 할 수 있고, 위탁생산으로도 확장할 수 있어요. 절임배추 고객들이 있기에 자연스레 김치 판매에도 도전하려고 하죠. 괴산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