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농사 30년 경력의 경기도 포천시 김준영(59세) 한농연포천시연합회장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청품’ 등 다양한 품종을 재배한다. 특히 광릉숲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에서 계약재배한 고품질 청정 쌀인 ‘솔모루미’ 브랜드를 지역 농협 및 농업인들과 개발해 농협을 통한 안정적인 판매망을 구축하고, TV홈쇼핑에도 선보여 매진을 기록했다. 매년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동시에 최근엔 자율주행 이앙기 등 벼 디지털 재배기술 도입과 더불어 청년들이 농업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지원 방안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평생 해온 벼농사, 최근 ‘솔모루미’ 브랜드 쌀로 판로 확장
경기도 포천시에서 벼농사만 30여 년을 이어온 김준영 한농연포천시연합회장은 1996년 후계농업인으로 선정된 후 부모님 세대의 농업을 이으며 평생 벼농사와 함께해 왔다. 현재 자경 1만 평, 임대 5만 평 등 총 6만 평 규모에서 벼농사를 짓는다.
김 회장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품종을 재배한다. 주력 품종은 ‘청품’과 ‘해들’ 두 가지다. ‘청품’ 벼는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최고품질 벼로 기존 일본 품종인 ‘고시히카리’를 대체하여 포천시 일동, 화현, 이동 지역을 중심으로 재배되고 있다. 중생종으로 도복에 강하고, 수량과 품질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해들’ 벼는 농진청과 경기 이천시가 선발·육종한 조생종으로, 추석 전에 수확할 수 있으며, 도열병·흰잎마름병에 강하다. 또한, 틈새시장을 겨냥해 향이 나는 쌀인 ‘여리향’과 철원 특화 품종인 ‘고향찰’도 시험 재배하고 있다.
“‘청품’은 포천의 기후와 토질에 최적화된 품종이에요. 꾸준한 품질 관리와 농업인들의 노력이 더해져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죠. ‘고시히카리’ 품종도 일부 재배하는데, 거의 전량을 기부하거나 지인들에게 나누어주는 용도에요. 새로운 쌀 품종은 반드시 소비자에게 직접 먹어보게 하고 평가를 받는데, 시범 재배와 기부·협찬을 통해 시장성을 검증하죠.”
그는 쌀 브랜드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포천시 작목반과 함께 ‘솔모루미’ 브랜드를 개발해 농협을 통한 안정적인 판매망을 구축했다. ‘솔모루미’는 광릉숲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에서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좋은 토양으로 재배된 품질이 우수한 쌀을 말한다. 엄선된 ‘청품’ 품종으로 농가와 직접 계약재배를 통하여 생산한다.
“‘솔모루미’ 쌀은 단백질과 아밀로스 함량이 낮아 찰기가 우수하면서 윤기가 흘러 맨밥에 김치만 먹어도 맛있어요. 2024년엔 TV홈쇼핑에서 3개월 예정으로 판매했는데, 2개월 만에 120톤 연속 매진을 기록했죠.”
디지털 재배기술 도입하고 청년 농업인 육성에도 노력
최근 기후변화와 농가 고령화 등은 벼농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대안으로 디지털 기술을 통한 정밀농업 확산에 힘쓰고 있다. 올해 5월에는 시와 더불어 ‘벼 디지털 재배기술 활용 노동력 절감 종합기술 시범’ 사업 연시회를 개최했다. 연시회에서는 자율주행 이앙기를 활용해 모내기를 시연했으며, 농업용 드론 등도 선보였다.
“자율주행 이앙 기술을 활용하면 2명이 필요했던 기존 모내기 작업의 인원을 1명으로 줄일 수 있어 노동력 절감 효과가 크죠. 드론을 활용해 생산량을 예측하고, 병해충 등 자연재해를 조기에 발견하여 대응하는 기술도 활용해 볼 계획이에요.”
김 회장의 최근 관심은 청년 농업인 유입에 집중돼 있다. 포천은 시설채소, 과수, 축산 분야에는 청년 농업인 유입이 활발하지만, 쌀농사에서는 거의 없어 후계 세대 부재가 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청년 농업인 육성을 위해 시설 현대화 지원 등 청년 농업인 정착 지원을 비롯해 시가 조성한 농업기금으로 청년 해외연수를 추진하고 있다. 콤바인 한 대 가격이 1억 원에서 2억 원에 달해 기계화 비용도 큰 부담이므로 시에 청년 농업인들이 농기계나 시설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예산 지원도 꾸준히 요청하고 있다.
“청년 농업인들이 들어와야 농업 조직이 유지될 수 있고, 젊은 세대가 직접 선진 농업을 보고 배울 기회를 얻는 것이 훗날 가장 큰 자산이 되죠. 농업 전반의 청년 유입과 정착 기반을 마련해야 우리 농업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해요”
김준영 회장은 이제 회장직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역할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세대가 물러나고 미래 농업을 준비하려면 젊은 농업인들이 필요하기에 청년 농업인들을 한농연과 같은 조직 속으로 끌어들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포천의 논에서 땀 흘려온 그의 삶은 단순한 쌀 생산을 넘어 농업의 세대 계승과 지역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