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시 양성면에 자리한 ‘위드피치’ 농원. 9월의 햇살 아래 잘 정리된 복숭아 과수원에서 만난 심명환 대표(35세)는 8년 차 농부다운 열정이 묻어났다. 그는 복숭아와 자두 약 1만 4,000평을 가꾸며, 부모님의 손길이 깃든 농장을 새로운 방식으로 이끌고 있다. 그는 충주 과일이 더 많은 사랑을 받도록 세대 간 농업의 계승자이자 기후변화 속 해법을 찾는 연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부모님 대 이어 복숭아, 자두 재배하며 직거래 비중 확대
충주시에서 복숭아와 자두를 재배하는 ‘위드피치’ 농원의 심명환 대표(35세)는 부모님의 농사를 이어받은 지 8년째다. 농원은 현재 복숭아 약 1만 3,000평, 자두 약 700평 규모다.
부모님은 그가 어릴 적에 고향 충주로 내려와 복숭아재배를 시작했다. 심 대표는 간간이 부모님 농사를 돕다가 농업에서 부모님의 재배면적이 늘면서 본격적으로 귀농했다.
“어느 순간 농사가 제법 비전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최근엔 부모님께서 주로 어린나무와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밭을 맡으시고, 저는 이미 성목이 된 과원을 담당해요.”
농원에서는 극조생종 ‘사비나’부터 만생종 ‘양홍장’까지 약 20개 품종의 복숭아가 열린다. 덕분에 7월 초 첫 수확을 시작으로 10월 초까지 긴 수확기를 이어간다. 특히 ‘양홍장’ 품종은 농촌진흥청이 국내 유통 복숭아 품종의 맛과 품질 특성을 정리한 ‘복숭아 맛 지도’에서 아삭하면서 달콤한 대표 품종으로 구분됐다. 자두는 ‘추희’를 주로 재배하는데, 주로 9월 초쯤 수확을 끝낸다.
“품종을 다양하게 심어놔야 어느 시기에 가격이 내려도 전체 농사에는 큰 타격이 없어요. 분산 재배는 결국 농가소득 안정에 도움이 되죠.”
심 대표는 농장을 이어받으면서 ‘위드피치(With Peach)’라는 브랜드명을 만들었다. 품질 좋은 복숭아를 생산하고, 다양한 판로를 개척하며 농산물의 가치를 높였다. 출하 방식은 직거래와 공선회, 시장 출하를 병행한다. 직거래 비중은 최근 20%까지 늘어났다. 올해는 복숭아 시세가 높아 위탁 출하 비중이 줄이고 직거래 판매가 크게 늘었다.
농장 운영에는 충주시농업기술센터의 도움도 크다. 심 대표는 충주시복숭아연구회 소속으로 매달 교육 등에 참여하는데, 센터 지도사들과 만나 재배법도 배우고, 병해충이나 비료 관리 같은 부분에서 자문도 받는다.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정보라 큰 힘이 되고 있다.
방제 시기 지키고, 비료는 줄이고, 나무는 건강하게 만들려 노력
농사의 가장 큰 변수는 단연 날씨다. 최근 몇 년간 충주는 폭염과 집중호우 반복이 잦아지면서 농가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폭염이 심하면 원래 수확 시기가 다른 품종들이 동시에 익는 탓이다. 이땐 하루 종일 수확과 선별로 정신이 없다. 또 자두는 폭염 탓에 ‘스펀지화’가 생겨 상품성이 떨어져 앞으로 재배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병해충 발생 양상도 해마다 달라져 큰 숙제가 돼 방제는 최근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다. 지난해엔 순나방 피해가 심했지만, 올해는 폭염과 잦은 소나기로 곰팡이성 균 피해인 얼룩이 발생했다. 방제는 시기를 놓치면 농사를 망칠 수 있어서 늘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비료 사용을 줄이는 실험도 하고 있다. 질소 비료가 많으면 과일 당도가 낮아지고 얼룩도 생기는 이유에서다. 최근엔 가을에 저장양분 보충용으로만 조금 공급하고, 퇴비도 3~4년에 한 번 정도만 준다. 과일은 크기와 당도의 균형이 중요해 적정선에서 절충하고 있다. 최근 당도는 13~14Brix 정도로 나타났다.
나무는 2본 주지 Y자 수형으로 바꾸어 높이를 평균 3m 정도로 낮추었다. 기존에 사다리 방식 대신에 고소작업차가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노동력을 절감하고, 안전함도 잡았다.
심 대표는 최근 새롭게 확보한 2,000평의 밭을 친환경 복숭아밭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퇴비를 충분히 넣고 대신에 비료를 거의 줄인 뒤 헤어리베치 등 녹비 작물을 심어 토양을 건강하게 만든 뒤 복숭아를 심으려 한다. 실험 결과가 좋으면 전체 농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개간 단계부터 퇴비를 충분히 투입하고, 풋거름 작물(녹비작물)을 활용해 토양 건강을 회복시킨 뒤 복숭아를 심는 방식을 구상 중이에요. 관행 농법보다 초기 수확량은 줄더라도 장기적으로 나무 건강과 토양 지속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심 대표의 농사에는 부모님 세대에 받은 경험, 품종 다양화를 통한 위험 분산, 고품질을 향한 실험정신이 녹아 있다. 그는 오랜 기간 소비자가 믿고 찾을 수 있는 건강한 과일을 생산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