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하남시에서 관엽식물을 중심으로 ‘태인농원’을 운영하는 방무기 한농연(한국후계농업경영인) 하남시연합회장(62)은 2000년대 초 채소 농사에서 화훼·관엽으로 전환한 뒤 대형 온실 약 2,500평 규모를 일궈냈다. 그는 ‘다품목·소량’ 수요로 변한 시장, 높은 난방·전기비와 인건비, 경기침체로 인한 화훼 소비 감소 등을 최근 가장 큰 애로로 꼽으며, 현장에서의 대응과 정책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 품목 보유’ 전략으로 관엽식물 다품목 소량 생산
방무기 회장은 경북 울진 태생으로 1970년 하남시에 정착해 농업을 시작했다. 원래 채소(상추, 치커리, 파 등)를 농사지었으나, 토양(사질토) 특성과 상품성 저하 그리고 채소시장의 불안정성이 문제가 됐다. 당시 화훼업을 하는 선배는 미사리 지역의 땅이 사질토라서 거름이 많이 필요하고, 연작으로 채소 상품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화훼업 전환을 추천했다. 방 회장은 과감한 결단을 내려 2000년부터 관엽식물 재배에 뛰어들었다.
“처음 화훼업을 1,700평이라는 넓은 규모로 시작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말렸죠. 전 도전할 때 과감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기술과 경험을 축적하면서 현재의 대형 온실 약 2,500평 운영 기반을 만들었죠.”
초기에는 크기가 큰 대품 위주로 관엽식물을 취급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한 품목을 대량으로 팔기 어려워졌고, 호황기였던 과거와 달리 1인 가구가 늘고, 소규모 창업 역시 증가하면서 변화한 소비 흐름에 맞춰야 했다. 현재는 20~30가지 품목을 소량씩 취급하는 다품목 소량 생산 체제로 바꿔 시장 변화에 맞춰 5~10cm 등 소품까지 다양한 종류를 키운다.
이른바 ‘전 품목 보유’ 전략에는 그만한 노력도 필요하다. ‘황금죽’ 등 그늘을 좋아하는 식물은 별도 작은 온실에 배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품종 특성에 따라 온실을 나누어 섬세하게 관리하고 있다. 덕분에 차광망을 통한 광 환경 조절, 정밀한 선별 및 분갈이·소독·급수 등 세심한 관리가 일상이 됐다. 겨울철에는 난방·전력망 모니터링을 위해 CCTV와 원격 알림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갑작스레 전원이 나가면 즉시 복구하도록 신경 쓰고 있다.
주요 출하처는 서울 양재동 경매장 등 도매경로와 일부 유통업체이다. 내년·내후년 봄 출하 물량을 미리 준비하려 묘를 들여와 생산해 공급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관엽식물 재배는 6개월 또는 1년을 앞당겨 생각하죠. 계절별로 품목을 배치·회전해 난방 부담을 줄이고, 수급에 맞춘 공급 체계를 유지해요.”
경기 회복으로 화훼업 부흥 소원… 정부와 소통 창구 역할
방무기 회장은 현재 화훼 농가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유지 관리비와 인건비, 농자재 가격의 상승을 꼽았다. 특히 기름값과 전기료가 폭등하여 겨울철 난방비는 한 달에 3,000만 원까지 들기도 한다. 또한, 경기 침체로 화훼 소비가 감소한 것도 큰 문제다. 예전에는 개업식이나 행사에 화분을 많이 보냈지만, 지금은 현금으로 주는 추세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관엽식물은 소비 회복과 직결되는 품목이에요. 경기가 되살아나야 거래가 활발해지니까 최근처럼 경기 침체일 땐 화훼농장들이 다들 어렵죠.”
방 회장은 정부에 경기 회복을 통한 소비 진작을 최우선 과제로 요청한다. 실질적 수요가 살아나야 화훼업 전반이 회복되기 때문이다. 또한, 농업 현장 현실에 맞춘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동·주거 규정 개선, 에너지 비용 부담 완화(난방비·전기료 지원 또는 계절요금제 현실화 등), 사업 초기 시설투자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방 회장은 농업에 미래가 있다고 믿는다. 정년퇴직이 없고, 꾸준히 노력하면 훌륭한 창업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농장 이전 시 식물공장을 염두에 두고 온실을 지을 계획도 밝혔다. 다만 귀농을 꿈꾸는 청년들에게는 지금 당장 화훼업을 시작하기보단 다른 사람의 농장에서 일해보길 조언했다. 초기 투자 비용이 막대하고, 임대보다는 땅을 구매해야 하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온실 건축비에 땅값까지 하면 1,000평 농장에 약 10억 원이 필요해요. 빚을 지고 시작하는데, 성공하기 쉽지 않으니까 다른 농장에서 일해보면서 경험을 쌓길 권유하죠.”
방 회장은 최근에 한농연 하남시연합회원들과 소통하며 농민에게 필요한 현장 수요형 정책적 뒷받침이 가능하도록 정부와 농민 간 소통 창구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농업 발전을 위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그의 화분에 희망이란 꽃이 피어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