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행한 농협 대상 ‘정부합동 특별감사’는 단순한 비위 적발을 넘어 농협 조직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이번 감사는 반복적으로 제기된 비리 의혹과 부실한 내부 통제, 그리고 농민 조직이라는 본래 기능에서 벗어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특히 내부적으로 ‘깜깜이 선거’와 ‘조합장 권한 독점’으로 인한 비리가 끊이지 않았기에 정부는 농협의 체질을 개선하고자 국무조정실·농식품부·금융위 등 범부처가 참여하는 합동 감사반을 투입했다.
3월에 나온 ‘정부합동 특별감사 결과’는 농업계 안팎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감사 결과 드러난 핵심 문제는 ‘권한 집중과 통제 부재’였다. 농협중앙회장을 정점으로 한 조직 구조에서 인사·자금·사업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내부 견제 장치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감사에서는 ▲공금 유용 ▲특혜성 대출 ▲선심성 예산 집행 등 위법 또는 부적정 사례가 광범위하게 적발됐고, 총 14건이 수사 의뢰되는 등 심각성이 드러났다.
특히 가장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선거 구조와 관련된 금권·특혜 관행이다. 중앙회장 및 조합장 선거 과정에서 금품 제공과 조직 동원이 반복되며, 이 과정이 이후 인사와 자금 배분에도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소시효가 짧아 처벌이 어려운 제도적 허점 역시 이러한 문제를 고착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농협재단 사업비 약 5억 원을 유용해 선거를 도운 조합장들에게 선물을 돌린 정황 ▲객관적 성과 평가 없이 임직원들에게 75억 원 규모의 ‘선심성 포상금’ 지급 ▲중앙회 이사가 소속된 조합에 무이자 자금을 몰아주는 등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되어 국민과 농민의 공분을 샀다.

정부는 이번 감사 결과를 토대로 농협 개혁 방안을 마련 중이다. 핵심 방향은 ▲중앙회 권한 분산 ▲외부 감시 강화 ▲선거제도 개선 ▲재정 운용 투명성 제고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국무조정실, 금융당국 등 범정부 차원의 개입을 통해 기존 농협 내부 중심의 개혁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
앞으로 개혁 추진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지배구조 개편’이다. 중앙회장 중심의 권력 구조를 분산하지 않는 한 비위와 전횡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동시에 조합원 중심의 협동조합 원칙을 회복하고, 지역농협에 대한 실질적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필수적 과제로 꼽힌다. 구체적인 개선책으로는 ▲중앙회로부터 독립된 별도의 특수법인 형태인 ‘통합 감사기구’를 만들어 내부 통제 강화 ▲중앙회장이 자회사 경영에 개입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인사추천위원회에 외부 위원 참여를 확대 ▲선거에서 비위 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즉시 직무 정지 등을 제시했다.
다만 이번 개혁 논의에는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감사 결과는 방대한 문제를 드러냈지만, 구체적인 제도 개편안이나 법 개정 방향은 아직 초기 단계다. 농협의 금융·경제사업 구조 개편과 같은 근본적 문제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이번 개혁안이 주로 처벌과 감사에 치중되면서 농협의 근본적인 선거 문화나 조합원들의 의식 개혁까지 끌어내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결국 이번 특별감사는 농협이 ‘농민 조직’인지 ‘권력화된 거대 조직’인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졌다. 향후 개혁이 일회성 조치에 그칠지, 아니면 협동조합 본연의 역할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지는 정부의 후속 조치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