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는 전 세계적으로 지역별 기후와 소비자 기호에 따라 중국 1,500여 점, 일본 600여 점, 미국 300여 점 등 약 6,000점 이상의 유전자원들이 보존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복숭아 품종 수는 202점으로 다양한 품종에 대한 요구가 높지만, 복숭아 한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나무 1만여 그루를 심고 돌보는 노력과 자원, 15년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린다.
이에 농촌진흥청(청장 권재한)은 국내 복숭아 육종 효율을 높이고, 다양한 품종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복숭아 개발에 디지털 육종 기술을 본격 도입한다. 디지털 육종은 사람이 직접 길러 선발하는 전통 육종과 달리 생명공학에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한 정보(데이터) 기반 육종 방법이다.
연구진은 디지털 육종을 도입하기 위해 2021년~2023년까지 복숭아 유전자원 445점의 유전체를 해독하고, 과일 특성 평가 정보를 더해 복숭아 핵심집단 150점을 선발했다. 핵심집단은 그 자체가 고품질 빅데이터를 생산하는 유용한 소재로 학술적, 실용적 가치가 크다.
이와 더불어 유전체 해독 과정에서 △‘원형’과 납작한 도넛 형태의 ‘반도형’의 열매 모양을 구분하는 표지 △털 유무를 구분하는 표지 총 2개의 분자 표지를 개발했다.
분자 표지는 식물의 유전적 특징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주는 표식이다. 육종에 활용하면 어린나무일 때 잎에서 유전형 정보를 분석해 복숭아 모양이 동그랄지 납작할지, 털이 있을지 없을지 일찌감치 판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나무 1,000그루를 심고 3~4년 뒤 열매가 달리고서야 납작한 개체를 고를 수 있었다면, 개발한 분자 표지를 적용하면 납작 복숭아가 나올 나무를 어릴 때 골라 500그루만 심으면 된다. 이땐 육종 부대 비용과 노동력 투입 시간을 2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농진청은 모양 판별 분자 표지의 특허출원을 완료했으며, 털 관련 분자 표지 출원을 준비 중이다. 앞으로는 소비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맛과 더불어 개화기 저온과 여름철 잦은 비 등 이상기후에 대비한 열매 익는 시기 관련 분자 표지도 개발할 계획이다.
한편, 농진청은 1976년 국내 1호 복숭아 ‘유명’을 시작으로, 1993년 첫 천도 ‘천홍’을 개발하는 등 국내 복숭아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품종을 육성해 왔다. 최근에는 시지 않고 달콤한 천도 ‘옐로드림’, ‘설홍’, ‘이노센스’ 등 혁신적 품종을 개발, 활발히 보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