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군 ‘내포농원’ 임춘근(62) 대표는 끝없는 변화와 도전의 상징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던 교사에서 충청남도의회 의원을 지내다 이제는 농부가 되었다. 변화와 도전에는 늘 숙명 같은 의지가 따랐다. 이제는 사과 재배에서 선진 농업을 실현하겠다는 꿈과 의지가 있다. 고밀식에 더해 관행농에 익숙한 1축 재배 외에 다축 재배를 실천하면서 결과물을 만들고 있다. 작업 방법을 단순화하고, 수확량은 늘려 작업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는 농원을 둘러보았다.
수형 변화로 작업 방식 단순화하면서 소비자 선호도 높은 품종 재식
‘내포농원’ 임춘근 대표는 9년 차 사과 재배 농부이다. 노동 운동을 하던 교사 생활과 친환경 무상 급식을 정책화하던 충남도의회 의원 생활을 거쳐 농촌에 정착하게 됐다. 변화와 도전에 앞장선 그는 여전히 배움에 충실한 편이다.
“초창기에는 사과 농사를 배우려고 예산군농업기술센터 사과대학교, 사과 마이스터대학 등을 다녔고, 얼마 전에는 공주대학교 원예학과에도 편입했어요. 배우고 도전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경북의 농촌진흥청 사과 연구소에도 수시로 가는 편이죠.”

약 1만 평 농원에서는 여러 수형을 시도하면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초창기에는 나무 사이를 좁게 하면서 높이 키우는 키 큰 방추형을 주로 시도했고, 최근에는 다축 재배에 도전하고 있다.
“사과 다축 재배는 나무 아랫부분에서 가지를 2개 또는 그 이상 옆으로 뽑아 위로 올려 마치 한 뿌리에서 여러 나무가 자라는 것처럼 만들어요. 작업 방법을 단순화하고, 작업 효율성은 높일 수 있어 국내에서도 관심이 커지는 수형이죠.”
사과 품종은 착색이 빠르면서 시장 선호도가 높은 것들을 심었다. 뉴질랜드산 ‘NB’, 황금사과로도 불리는 노란색의 ‘시나노골드’, 후지 계열 ‘미야비’, 국내 신품종 ‘홍로’와 ‘썸머프린스’ 등이다. 비율로는 ‘NB’가 가장 많으며, 최근에는 상인들이 ‘미야비’를 많이 찾고 있다.
“‘NB’ 사과는 전량 계약 납품하는데, 본래 수출할 예정이었다가 일이 틀어지면서 국내에서 전량 판매하고 있어요. 계약 농민들이 출하하면 거점 선별장에서 세척과 소포장해서 백화점 등으로 들어가는 방식이죠. 수출용과 달리 내수용이 되면서 착색, 크기, 당도 등을 많이 신경 써야 해서 농부로서는 아쉬움이 크죠. 나무 수명이 다 되면 점차 다른 품종으로 바꿀 생각이에요.”

고밀식과 다축재배로 경쟁력 키워 수입 사과 증가에 대비
임 대표의 재배 방식은 관행과 다른 특징이 명확하다. 기본적으로 나무 사이를 좁게 하면서 높이 키우는 고밀식 키 큰 방추형과 한 뿌리에서 여러 축으로 나눠 키우는 다축 재배를 실천하고 있다.
특히, 영구 주지를 굵게 만드는 관행과 달리 이곳에서는 손가락 굵기 정도면 제거하고 다시 가지를 받는 교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다축 재배에서 축 사이는 40cm 정도이다. 이 방식은 사과를 2~3년 만에 수확할 수 있고, 주간 가까운 곳에 많이 달리며, 여러 축으로 영양분이 분산되어 세력을 잡기 편하고, 통풍과 광합성 및 착색이 좋아지는 장점이 있다. 수확량은 관행보다 2배 이상이다.
“고밀식과 다축 재배 실천은 앞으로 사과 수입이 늘어날 것을 대비한 방식이에요. 수입이 늘면 자연히 가격은 낮아지는데, 이때는 수확량을 늘려야만 경쟁이 되거든요. 간단히 말하면 사과를 더 쉽게 재배하면서 빠르게 많은 열매를 수확한다고 보시면 되죠.”
토양 관리에서는 재배지가 마사토가 일정 부분 섞인 점질토라서 질소 축적을 막으면서 배수가 잘 되도록 신경 쓰고 있다. 흙이 영양분과 물을 머금는 성질이 강해서 임 대표는 비료나 관수는 조금 줄이되, 땅속에 유공관을 2개씩 묻어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에 물 빠짐이 좋게 만들었다.

“평균적으로 ‘NB’ 사과 수확은 대개 10월 15일부터 시작하고 있어요. 올해는 비가 많이 와 착색이 늦어질 수 있겠네요. 이러면 판매가 문제죠. 저는 우리 사과 시장도 유럽처럼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유럽 시장을 가보면 사과가 거의 200g 내외로 작죠. 더구나 품종, 착색,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다른 게 아니라 그냥 무게당 얼마라고 팔아요. 그러면 농사짓기 훨씬 좋고, 가격이 싸도 대량으로 나가니까 인건비와 생산비가 절감되거든요. 그렇게 되어야만 우리 한국 과수 업계가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임 대표의 사과 재배 선진 농업 실현을 돕고 있는 충남농업기술원 강소농 지원단 이승주 전문 위원은 “앞으로 사과 재배는 기존 1축 재배에서 전정 등 기계화 작업이 가능한 평면 수형인 다축 재배 수형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라며, “임 대표처럼 변화와 도전을 실천하는 농부가 많아질수록 과수 산업 경쟁력도 나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