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분야 고용허가 사업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숙소 대부분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6.7%는 여전히 위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장관 김문수)가 비닐하우스 숙소 등 농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들이 머무는 숙소를 전수조사해 이런 결과를 3월 13일 발표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농촌 지역의 고용허가제(E-9)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제공되는 숙소가 열악하다는 지적이 계속돼 실시됐다. 정부는 2021년 1월 지침을 개정해 지자체로부터 축조신고필증을 받지 않은 조립식 패널이나 컨테이너 등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는 사업장에 대해 신규 고용허가를 불허했지만, 이후에도 편법 운영은 이어졌다. 외국인력정책위는 2023년 7월 외국인 근로자(E-9)에 대한 광범위한 실태조사를 추진하기로 의결했다.
특히 열악한 시설에서 지내다가 숨진 외국인 근로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지자 2023년 7월부터 사업장 자진 신고를 받은 후 9월 전수 조사를 시작했다. 1차 실태조사는 2023년 10~12월 진행했고, 비협조 또는 조사거부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2차 조사를 지난해 3~6월 추가로 시행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농업 외국인 고용사업장은 사업장 간 거리가 멀고, 대부분 고령인 사업주와의 소통 및 대응에 어려워 예상보다 조사 기간이 길어진 측면이 있다.”라고 밝혔다.
조사 결과, 4,265곳 전수조사 뒤 현재 93.3%가 위반사항 없이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915개소는 가설건축물을 비롯한 숙소 관련 건축물·농지법 등 위반 사항을 발견해 시정지시를 했고, 현재까지 630곳에서 개선이 완료됐다.
다만 6.7%(285곳)는 농지법, 건축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통보했으나 시정 조치를 하지 않을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시정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숙소 285곳 중 대다수(87.4%)가 4개 기초지자체(충남 논산, 경기 이천·여주·포천)에 집중돼 있었다. 이들은 미허가 가설건축물을 이용하는 식이었는데, 노동부는 냉난방 장치나 화재 예방 등은 우선해 개선 조치했다.
노동부는 미시정 사업장을 근로기준법 기숙사 기준을 토대로 ‘양호’, ‘보통’, ‘미흡’ 3단계로 등급화했다. 미시정 숙소를 ‘집중 관리 대상’으로 지정하고 상·하반기 지도·점검 등을 통해 개선계획을 이행하고 최소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추적 관리할 예정이다.
농촌 주거 환경 관리의 책임과 권한이 지자체에 있는 만큼 앞으로는 고용허가제(E-9) 근로자가 300명 이상 일하는 16개 주요 지자체에 외국인 근로자 주거환경 개선계획 제출을 요구했다. 특히 여전히 시정되지 않은 사업장은 외국인 근로자가 원할 시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주거환경 개선이 미흡하면 신규 외국인력 배정을 제한할 방침이다. 관계 부처와 함께 공공기숙사 등 숙소 지원 확대도 추진할 예정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농업 사업장의 경우 사업장이 없어지거나 사업주가 조사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조사가 오래 걸렸다.”라며, “외국인 근로자 거주와 관련해서는 지자체의 역할이 큰 만큼 체류 관리 측면에서 지자체가 주도해 통합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밝혔다.